하회마을을 방문하며 경치타령이나 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강물이 휘감아 도는 지형은 수해와 강풍에 취약하다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 이 결함을 해결하려고 겸암 류운룡이 강변에 만송정을 조성했다. 만송정은 조경용 소나무 숲이 아니다. 북서쪽 모래바람을 막고 홍수 때 범람하는 강물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계산된 녹색 방파제다. 아름다움을 논하기 전에 이 거대한 방재 시스템의 기능성에 주목해야 마땅하다.
마을 내부의 골목길 설계 역시 생존 지향적 계산의 결과물이다. 하회마을 길들은 바둑판 모양이 아니다. 중심부 길을 축으로 미로처럼 구불구불하게 뻗어나가며 집들의 방향도 제각각이다. 바람 길을 분산시켜 특정 지역으로 돌풍이 몰리는 현상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이 바람을 타고 마을 전체로 번지는 참사를 막는 방화선 역할까지 골목의 비정형적 구조가 수행한다.
집들의 배치 방식에서도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하회마을 가옥들은 남향이라는 공식에 집착하지 않았다. 강을 바라보거나 지형 고저 차에 맞춰 방향을 유연하게 틀었다. 일조량을 확보하면서 북서풍 직격을 피하기 위한 타협안이었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내부 온도를 유지하려는 에너지 효율 극대화 전략이 기와집과 초가집 배치에 녹아들어 있다. 이건 감성이 아닌 순수한 공학적 해결책이다.
만송정 맞은편 부용대 절벽과의 상호작용도 같은 맥락이다. 부용대 절벽에 부딪혀 하강하는 거센 기류가 마을을 직격하는 현상을 만송정의 울창한 소나무들이 흡수하고 분산시킨다. 하회마을 역사를 제대로 보려면 흙더미 하나, 나무 한 그루 배치에 숨겨진 물리적 방어 기제를 뜯어보아야 한다. 무의미한 감상에서 벗어나 이 기능주의 설계를 확인하는 것이 가치 있는 안동 여행이다.